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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bout 미국/미국 문화

따부 미국세일즈맨에게 된통당하다! 부제 Kirby Vacuum을 아시나요?




약 2주 전 목요일(시간.요일관념없는데 이 날만은 정확히 기억)있었던 일입니다. 


이 날도 다른날과 다를 것 없이 소파에 제일 편안한 자세로 누워 씐나게 


영화 호빗(Hobbit) 두번째편을 보고 있었는데 누군가가 벨을 딩동딩동딩동. 


혹시 택배가 왔나하고 창밖을 빼꼼보니 어떤 여인네가 종이쪼가리를 들고 서 있네요. 


십중팔구 판매원인데 운좋게 나를 발견.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. 


How are you?부터 시작하더니 날씨가 좋네. 밖에 내 놓은 꽃보고 예쁘네 


어쩌구 저쩌구 하더니 공짜 청소를 해주겠다고. 집안 어디가 제일 더럽냐고 묻습니다. 







지하층이 더럽지 않을까하며 이야기를 하는 둥 마는 둥.. 


그리고 바로 기분이 영 찜찜해서 나 영어못한다고 남편이랑 이야기하라고 화제를 돌렸지요. 


그랬더니 남편 언제오냐고 묻네요. 저녁시간에 온다고.(설마 저녁시간에 눈치없게 오겠어요?ㅋ) 


사실 4시 땡하면 집에 오거든요. 근데 문제는 저녁시간보다 훨씬 전 그것도 재순이 오기 전에 


20대로 보이는 남자 한명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한명 총 두 명의 남자가 등장하더니 


30대 아저씨는 바로 떠나고 20대로 보이는 남자 한명이 청소기를 들고와 지하를 보여달랍니다. 


완전 놀라고 뭘 어떡해해야할 지 몰라 묻는 대로 지하층으로 데리고 갔습니다. 


(참고로 미국은 총기소지가 가능한 나라. 절대 모르는 사람 집에 함부로 들이지마세요.


보통 혼내는 거나 잔소리는 나로부터 나오는데 이 날 판매원 떠나고 재순이한테 엄청 혼났음.)  


  내 몸뚱이만한 종이박스에서 청소기 본체랑 부속품 하나하나꺼내더니 진열을 하기 시작. 


진열만 하는데 30분 소요. 그러니 재순이 등장. 재순이 뒤로 보이는 후광. 이렇게 반가울 수가.







재순이가 나에게 원망의 눈총을 따따따 보내고 있을 때 판매원 트리스탄(Tristan)은 


아랑곳않고 청소기 설명시작. 매일 청소기 돌리는 우리집에서 먼지가 얼마 나올리 없는데 


거의 먼지가 없는 종이를 보고 놀라며 이 것 좀 보라고 커비청소기가 힘이 좋아 


이렇게 먼지를 뽑아낸다고. ㅋㅋ자세히보면 맨 아래 깔린 종이필터는 거의 먼지가 없다는. 


여기서 끝나고 기분좋게 헤어지면 좋았을텐데 문제는 청소기로 소파, 계단을 약 2시간에 걸쳐 청소. 


저 종이필터를 약 200장 쓴 듯함. 물론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우리. 중간중간 그만하라고 안 살거라고. 


재순이는 대놓고 쉬고싶다고 나가라고 하는데도 괜찮다고 청소해주겠다며 청소기붙잡고 삼매경. -_ㅠ 


계단에 카페트가 깔려있어 청소기를 돌리니 먼지가 한가득. 여기서부터 판매원 트리스탄은 웃음꽃 활짝. 


계단청소를 마친 뒤 게스트룸으로 들어가 잘 정돈된 이불을 홀라당 들어 매트리스 청소시작. 


계단청소하던 청소기로 매트리스를 청소한다는 것에 좀 불쾌감이 들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.







아랑곳않고 청소하더니 종이필터를 꺼내며 이 건 꼭 봐야한다며 남편 불러달라고. 


그렇게 저녁준비도 못하고 약 3시간 지나니 정말 화가 나기 시작하더라구요. 


결국 재순이 부르고 나는 저녁준비시작. 살면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


 나 자신은 좀 짜증나고 힘들어도 '안 돼' '싫어' '그만해' 이런 말을 얼마나 아끼며 살아왔는데 


이 날은 그런 말을 엄청 한 듯. 정말 어처구니 없는 건 이런 말을 듣고도 나갈 생각을 안한다는 거. 


배 안고파 물어봐도 끝나고 먹으면 된다는 무한긍정의 답변이 돌아오니 자연스레 할말잃음. ㅋ


살면서 이런 찐드기를 본 적이 없네요. 덕분에 재순이는 그 좋아하는 TV도 못보고 트리스탄 예의주시. 


청소하는 내내 그만하라고. ㅋ 이 날 삼겹살이 저녁 메뉴여서 상추씻으며 대화내용을 들었습니다.





상추씻고, 쌀 씻어서 취사누르고, 고기를 굽기시작하니 그제서야 비닐봉지를 달랍니다. 


종이필터 담아야된다고. 그래서 비닐봉지건네주고 고기를 굽고 있으니 또 들려오는 어이없는 대화.


엄마한테 전화해야 한다고 폰빌려달라고. 판매원이 전화기도 없냐고 물어보니 베터리가 나갔대요. 


더 웃긴 건 전화내용. 3시간동안 했던 대화내용을 엄마에게 하나하나 이야기합니다. 


전화로 또 10분 소요. 전화를 끊고 특별 디스카운트를 해주겠답니다. 쿨하게 됐다고 잘가라고 말해주었습니다. 


트리스탄이 가고 우리가족은 평안을 찾았습니다. 물론 혼나고 난 후에요. ㅋ 고기가 우리를 힐링시켜주었지요. 







저녁먹고 재순이랑 이야기하니 그 친구 낭랑 18세라고 해요. 


한국나이랑 미국나이랑 차이가 나니 한국나이로는 19살 아니면 20살일거에요. 


나이가 어려 정말 대놓고 나가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하더라구요. 


저의 경우, 처음엔 젊은 청년이 고생한다고 음료도 대접하고 친절히 대해줬는데


지킬박사와 하이드도 아니고 갈 땐 바이(Bye)만 하고 쌩... 사실 고기굽느라 바빴음. ㅋ


그나저나 아무리 성능좋은 청소기라고해도 누가 집청소기를 200만원에 살까요?


물론 나중엔 디스카운트에 잡다한 디스카운트를 더해 100만원이 되지만 


그래도 말이 안 되는 가격임. 살다보니 이렇게 시간을 허무하게 버리기도 하네요.